나이가 들어서도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놓지 말것
언어는 인간 특유의 의사소통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하고, 대단히 정교하게 구축되었습니다. 언어는 적어도 15만 년 이전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인류는 추상적 사고와 계획 수립, 미술과 음악, 춤, 집단 사냥 등 현대적인 특징을 보이면서 두뇌는 구조적으로 대단히 복잡해지고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언어의 기원에 대한 과학 연구는 논쟁과 더불어 많은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1866년 파리 언어학협회는 그 주제에 대한 모든 논쟁을 금지했고, 이로 인해 100년 넘게 의미 있는 연구가 가로막혔다고 합니다. 언어의 기원은 여전히 인류학 연구에서 가장 힘든 분야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1990년대 초 이후에 와서야 실질적인 진보가 이뤄진 것입니다.
언어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두뇌 구조에 자리 잡고 광범위하게 통합되어 있으므로 일부에서는 언어가 두뇌 기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아야만 두뇌를 진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언어는 감정과 표현, 사고, 추론, 기억의 일부분이다. 이제 새로운 과학은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거나 새 언어를 학습하는 행동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언어 학습은 두뇌 크기를 증가시킵니다. 2012년 스위스 사관학교에서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과 언어를 공부하지 않는 학생(대조군)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3개월에 걸쳐 비슷하게 어려운 수준의 학습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과제 시작과 끝에 학생들의 두뇌를 스캔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언어를 공부한 학생들의 두뇌가 특정 영역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언어를 공부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경우, 두뇌 크기에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부위는 어디였을까요? 그곳은 해마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과제가 대단히 힘들다고 느껴 여기에 많은 노력을 투자한 학생의 경우, 해마뿐만 아니라 전두반구의 중뇌회처럼 학습에 관여하는 두뇌의 다른 부분이 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두뇌 크기의 증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높은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에 달렸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생 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떨까요? 시애틀 과학자들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둘 다 구사하는 미국인 집단과 오로지 영어만 하는 이들을 비교했습니다. 그들은 피실험자의 두뇌를 스캔하여 백질(의사소통에 관여하는)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이들 연구원은 대단히 복잡한 보고서를 통해 ‘외국어 경험’이 성인 두뇌의 신경가소성을 높이고 ‘용량 반응’을 드러낸다고 입증했습니다. 다시 말해, 변화 정도는 외국어 경험 정도와 비례했습니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두뇌 구조는 다른 것으로 보이며, 또한 외국어가 두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많이 외국어를 사용하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발견은 왜 우리가 성인기에 새 언어를 배우기가 힘든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두뇌는 성인의 두뇌보다 더 높은 신경가소성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외국어 학습은 나이를 떠나 신경가소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언어를 두뇌에서 처리하는 장소는 그 언어를 배우는 연령에 달려있습니다. 가령 12세 이하 아이들은 분명하게도 두 언어를 위해 ‘단일 저장 영역’을 활용하는 반면, 성인은 각각의 언어를 위해 ‘다른 영역’에 의존합니다. 새 언어 학습에 관여하는 두뇌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우리가 새 언어를 학습하는 동안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외국어 사용은 전두엽과 피질하 영역 그리고 두 반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해주는 광대역 조직인 뇌량을 포함해 두뇌의 다양한 부분을 활성화합니다. 두뇌 양쪽이 관여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높아진 활동성은 백질 크기와 섬유 수를 증가시키며, 두 반구 사이의 ‘상호 대화’를 개선합니다.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단지 백질만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과학자들은 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두뇌 속 회색질과 한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의 회색질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회색질이 더 컸습니다. ‘상호 대화’, 즉 반구 사이의 자연스러운 정보 교환이 두뇌의 정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색질 크기를 더 확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고무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 언어의 학습이 두뇌 노화 방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연구 사례에 주목해봅시다. 여기서 이탈리아 연구원들은 비슷한 단계의 치매를 앓는 85명의 두뇌를 스캔했습니다. 그중 45명은 두 언어(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사용했고, 나머지 40명은 하나의 언어(독일어 혹은 이탈리아어)만 사용했습니다. 이들 연구원은 두뇌 스캔을 통해 포도당 소비를 추적했습니다. 포도당 소비는 두뇌의 다양한 영역의 활동성과 이들 영역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다른 두뇌 영역과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두 언어 사용 집단이 평균 5살이나 더 많았음에도 치매 진행 단계는 한 언어 사용 집단과 동일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그들의 언어 기술이 치매 진행을 그만큼 늦췄다는 뜻입니다. 또한,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이들의 두뇌는 주요 두뇌 영역에서 더 느린 신진대사를 보였고, 이는 더 높은 수준의 기능 장애를 의미했습니다. 반면 두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두뇌의 수행 영역들 사이에 ‘더 많은 연결’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언어에 대한 그들의 경험은 중요한 두뇌 네트워크의 활동성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